스승님이 해주신 이야기

 

 

칭하이 무상사/ 1995. 8. 25.-27.
독일 함부르크
유럽 선삼
(원문 영어) 비디오테이프 No. 497

옛날에 한 제자가 조주 선사에게 물었습니다. “스승님, 만약 지금 제 마음속에 아무것도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의 말은 자신의 마음은 이미 비었고, 모든 것을 완전히 놓아서 더 이상 바람도, 욕망도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자 스승이 대답했지요. “던져버리거라!”

하지만 그 제자는 고집스럽게 말했어요. “제겐 아무것도 없는걸요, 스승님! 그런데 어떻게 버릴 수 있습니까?” 그러자 스승은 말했지요. “좋다. 그럼, 가지고 있거라!” (스승님과 대중 웃음) 제자는 자기에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은 했지만 아주 고집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그 스승이 “좋다. 그럼 계속 가지고 있거라.” 하고 말한 거지요. 그 제자에겐 버릴 게 너무 많았던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이미 비웠다거나 도를 이뤘고 성불했다고 여깁니다. 그들은 자신에게 더 이상 욕망이 없다고 생각하지요. 뭐든지 다 공(空)하다고 합니다. 그러고선 자신이 헐렁한 옷을 입고 삭발했으니 괜찮다고 여기며 모든 것을 비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지요. 공(空)이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오는 겁니다. 그러니 공이란 것을 알자마자 공이 아닌 겁니다. 왜냐하면 그때에도 여전히 ‘안다’는 것이 있으니까요. 선(禪)의 냄새가 너무 강한 거지요. 이것을 이른바 ‘선병(禪病)’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에게 그런 병이 있다면 의사에게 치료를 받아서 없애는 게 좋습니다.

우리가 그냥 평범한 사람일 때는 아는 것이 많지 않고 스스로가 모른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아주 잠시 명상 수행을 하고 나서는 자기가 안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시간이 좀더 지난 후에는 다시 우리가 모른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가 모른다고 생각하는 그때가 가장 좋을 때입니다. 그때가 되어야 비로소 우리가 가장 잘 아는 때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가 지식과 아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아직 절반밖에 깨닫지 못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사실 내가 여러분에게 말하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은 그저 여러분을 즐겁게 하고 다 같이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한 겁니다. 여러분이 집에 돌아갔을 때 여러분의 감정, 인간의 두뇌, 가슴이 스승으로부터 뭔가를 받았다고 느끼게 하려는 거지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쓰레기입니다. 아름다운 쓰레기이든 나쁜 쓰레기이든 모두 쓰레기입니다. 여러분은 내면으로부터 깨닫는 것이지 내 말로 깨닫는 게 아닙니다. 물론 나의 격려와 일깨우는 말이 때로 어떤 상황에서는 여러분을 위로하고 여러분의 바람직하지 않은 개성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깨달음이 아닙니다.

깨달음은 개성, 좋고 나쁨, 도덕, 결점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깨달음은 우리의 순수한 자아일 따름입니다. 이것은 결코 바뀌지 않으며, 결코 좋아지거나 나빠지지 않고, 결코 무지했던 적도 없고 다시 깨닫게 된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항상 그대로 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들과 설명, 이른바 나의 세속적인 지식들은 그저 재미를 위한 것이고 우리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서로 교류하고 그럼으로써 우리 모두 더 행복해지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하지만 쓰레기를 너무 많이 갖고 다니지 마십시오. 그것은 진정한 가르침이 아닙니다. 진정한 가르침은 언어가 필요 없으며 여러분이 항상 알고 있는 겁니다. 여러분의 내면은 그것을 압니다.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분명하고 완벽하게 압니다. 단지 현재로서는 우리 둘 다 잠시 아닌 척해야 하는 겁니다. 우리에겐 이게 필요합니다. 그래야 내가 할 일이 생기고 여러분도 여기에 올 이유가 생기고 좋은 기억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지요. 그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