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신더 사저와 그 가족들은 개를 매우 사랑하며 아주 자비롭다. 그들은 수시로 버림받은 개들을 데려와 돌보다가 서너 달 정도 되면 잘 키워 줄 보호자를 찾아주곤 한다. 지금 쉬 사저의 집에는 개가 세 마리 있다. 그 중 ‘써니(Sunny)’라는 두 살 반짜리 검정 개는 네 발과 입 언저리에 흰털이 나 있다. 일부 포모사 사람들은 발이 하얀 개는 상서롭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개를 금기시한다. 그래서 써니를 입양하겠다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서 결국 쉬 사저의 딸이 키우게 되었다. 하운드 종인 써니는 어릴 때부터 채식을 하긴 했지만 성질이 급하고 충동적이었다. 쉬 사저를 볼 때마다 종종 15㎏이나 되는 몸집으로 달려와 그대로 안기는 바람에 쉬 사저를 바닥에 쓰러트리기 일쑤였다. 앞뒤를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써니 때문에 쉬 사저는 이가 두 개나 부러지기도 했다. 지난해에 쉬 사저의 딸이 한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자 쉬 사저도 딸과 함께 2주정도 한국을 관광하기로 했다. 그러려면 그동안 써니를 친구 집에 맡겨야 했다. 쉬 사저는 써니가 친구네 가족들과 잘 지내면 그들이 계속 써니를 키워주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다. 떠나기 전 쉬 사저는 써니에게 말했다. “이제 네 주인이 한국에 간단다! 다른 사람 집에서 지낼 때는 얌전히 굴어야 해. 먹고 싶은 대로 먹어도 돼. 채식을 하라고 강요하진 않아. 하지만 네가 만약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오고 싶다면 평생 동안 채식을 해야 해.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야 한단다. 난 깨끗한 걸 좋아해. 나와 같이 살려면 얌전히 행동하면서 성급한 성격을 고쳐야만 해. 내가 없는 동안 한 번 잘 생각해 봐.” 열흘가량 뒤에 쉬 사저는 포모사로 돌아왔다. 공항에서 아들의 전화를 받았는데 그녀가 없는 동안 써니는 다른 사람을 완전히 모르는 척했다고 한다. 써니는 집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아무도 자기를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 써니를 맡겨 둔 집에는 다른 개들도 있었는데 그 개들은 모두 육식을 했다. 그 집 가족들이 써니를 위해 특별히 채식으로 밥을 주었지만 다른 개들이 호기심에 써니의 밥그릇을 건드리거나 음식을 건드리기라도 하면 써니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고 한다. 또 물그릇은 같이 사용했는데, 써니는 그 물도 먹지 않았다. 이 말을 들은 쉬 사저는 크게 놀랐고 써니에게 한없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써니는 평생 채식을 하면서 쉬 사저와 살겠다는 결심을 보여 주기 위해 목마름과 배고픔을 견뎠던 것이다! 공항에서 곧바로 써니를 데리러 친구네 집으로 간 쉬 사저는 써니를 본 순간 눈물을 왈칵 쏟았다. 열흘 넘게 물 몇 모금으로 버틴 써니는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고 온몸의 털도 빠져 있었다. 자동차 앞좌석에 앉은 써니는 예전처럼 활달하게 움직이지 않았고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앞만 바라보았다. 크리스마스와 새해가 다가오자 타이베이 센터는 ‘동물 친구들의 생명을 구하자, 고기 없는 송년회를 만들자!’는 활동을 시작했다. 쉬 사저는 써니에게 이번 행사에 참가해서 잘해 주면 크리스마스와 새해 선물로 예쁜 개집을 사 주겠다고 약속했다. 쉬 사저는 통풍이 잘 되고 빛도 잘 들고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는 계단도 있는 2층 집을 생각하고 있었다. 동물 보호 캠페인 행사에서 의젓하게 처신하자 쉬 사저는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그녀는 목수 일을 하는 사형에게 자신이 구상한 대로 개집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쉬 사저가 요구하는 바를 듣고 사형은 미소를 지으며 그런 개집을 만드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나중에 시후 센터에서 스승님이 디자인하시고 장주들이 만든 사랑의 개집이 전시된 것을 보고 쉬 사저는 깜짝 놀랐다! 그 중 하나가 사저가 생각했던 것과 아주 흡사한 데다 더 훌륭했던 것이다! 스승님의 디자인은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 개가 자유롭게 움직이며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널찍한 현관과 세심하게 만들어진 작은 문, 햇빛은 들어오고 바람은 막아주는 투명 지붕, 개가 오르내릴 수 있는 작은 계단, 그리고 사람과 개 모두가 좋아하는 원목의 색상과 냄새까지 구석구석에서 스승님의 무한한 사랑과 축복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환상적인 디자인이었다! 쉬 사저는 그 개집이 판매되면 제일 먼저 주문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사랑하는 써니가 스승님의 사랑이 넘쳐흐르는 이 초완벽한 개집에서 살기를 바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개집이 제작되자 사저는 집에 가져와 조립했다. 써니는 자신의 새 집을 꿈을 꾸듯 바라보며 엄청나게 좋아했다. 그러고선 우아한 숙녀처럼 기품 있는 태도로 한 발짝씩 계단을 오른 뒤 2층에 다다르자 삼매에 빠지듯 문지방에 조용히 기대었다. 쉬 사저는 당시 써니의 도취된 듯한 표정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써니의 집은 ‘아가의 집’이란 이름을 얻었다. 쉬 사저는 써니가 아가의 집으로 이사한 뒤로 변한 것을 느꼈다. 전에는 성질이 못되고 난폭했으며 정신 없이 뛰어다니고 아무 동물이나 보는 족족 쫓아다니곤 했는데, 이제는 기품 있고 착하게 행동했다. 이웃들조차도 써니가 마치 ‘다른 개’가 된 듯하다며 이런 급격한 변화에 놀라워했다. 쉬 사저에 따르면 써니는 성격뿐 아니라 겉모습도 크게 변했다고 한다. 써니의 몸에 있던 흰털들이 아름다운 갈색으로 바뀌었고 눈썹도 길게 자라났으며 자태도 더욱 우아해져서 같은 종의 다른 개들과 달라 보인다. 이 모든 놀라운 변화는 써니가 새 집으로 이사한 뒤에 일어났다. 써니에게 있어 한 가지 아주 독특한 점은, 누군가가 쉬 사저에게 전화를 해서 스승님이나 수행과 상관없는 얘기를 할 때면 쉬 사저의 옷을 물고 잡아당기면서 잡담하는 대신 어서 가서 명상하라고 상기시킨다는 점이다. 매일 아침마다 써니는 정확한 시간에 쉬 사저를 명상하라고 깨우고, 오후에 단체 명상 시간이 되면 늦지 않도록 쉬 사저를 재촉한다. 또 쉬 사저가 단체 명상에서 돌아오면 짐 속에서 축복 음식을 찾아내 먹어버린다. 게다가 어느 병의 물이 시후 센터의 감로강에서 떠온 것인지를 정확히 구별해서 단숨에 한 병을 다 마셔 버린다. 동수를 보면 가서 환영하고 자신을 만지거나 쓰다듬게 하지만 비입문자가 다가오면 큰소리로 짖는다. 써니를 돌보면서 쉬 사저는 신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중생들에게 사랑과 축복을 베푸신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써니를 보내서 수많은 아름다운 나날을 함께하도록 해주신 신께 감사드렸다. 써니에 대한 갖가지 놀라운 이야기들을 통해서 우리는 동물들이 진실로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이며 결코 동물의 지성과 영성을 얕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머지 않은 장래에 인간의 충직한 친구들이 제대로 보호받고 그들 집에서 아가가 되어 스승님의 사랑과 축복을 함께 누리게 될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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